22 November 2024

ESG경제/Economy of Sustainable Growth (South Korea)

SMR 상용화 언제? "갈수록 커가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

미국, SMR 건설 한 기도 없어...시범사업 진행중인 나라도 중국과 러시아뿐 • 미프랑스영국 등 SMR 프로젝트 연달아 지연 및 취소...비용과 승인 문제 • 러시아, EU 등에 연료 공급 독점...EU, 러시아 원전 기업에 기술적 종속
Source : SMR 상용화 언제? "갈수록 커가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8918

김연지 • 21 November 2024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소형모듈형원전(SMR) 프로젝트가 높은 비용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관심도와 투자에 비해 실제 산업 현장의 진행 속도는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각국의 원자력 발전 전문가 21명의 다중지표 분석을 토대로 지난 9월 발간된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NISR) 2024’에 따르면, 현재 SMR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그나마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상업용 SMR을 가동하는 것은 아니다.

WNISR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계원자로현황’, 세계원자력협회(WNA)의 ‘세계원전실적보고서’와 함께 원전 산업 동향을 분석하는 주요 보고서로 꼽힌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MW(메가와트)급 이하인 소형 원전으로 기존 대형 원전(1000 1500MW)과 비교하면 출력이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연료당 발전량이 적고, 소규모로 건설된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가동 시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SMR은 모든 기반 설비를 모듈(규격화된 부품)화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대형 원전이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성 문제도 소형화를 통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국에 건설 중인 SMR 한 기도 없어…한국도 개발 초기 단계

보고서는 “SMR에 대한 기대와 산업 현실 사이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원자력 업계와 여러 정부는 금전적, 정치적 측면에서 SMR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현장은 이러한 노력을 체감하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 에너지부(DOE)는 SMR 개발을 위해 계속해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 건설 중인 원자로는 단 한기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미국 에너지부는 “첫 번째 발전소를 배치하기로 약속한 유틸리티, 원자로 공급업체, 건설업체, 최종 사용자 또는 대규모 사업 소비자로 구성된 최대 2개의 퍼스트 무버 팀”에 8억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SMR 개발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뉴스케일사는 지난해 유타주에서 추진하던 SMR 실증 사업을 취소했다.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20년 사업 초기 건설 비용은 약 61억 달러(8조 원)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93억 달러(약 12조2,800억 원)로 늘었다. 뉴스케일파워 역시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5억6,000만 달러(약 7,800억 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2012년 시스템 통합형 모듈형 첨단 원자로(SMART) 설계가 안전 당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수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다른 몇몇 설계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i- SMR”이 대표적이다. 규제 당국은 아직 표준 설계 승인 신청을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7월 SMR 사업단을 결성하고 오는 2028년까지 6년간 3992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모듈당 170MW의 발전 능력을 보유한 SMR을 개발해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22년 정부가 랑스전력공사(EDF)의 SMR ‘뉴워드’를 비롯한 혁신형 원자로 개발에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7월 EDF가 돌연 개발을 중단하고 ’검증된 기존 기술 기반 설계’로 방향을 전환했다. 뉴워드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기본 설계 연구를 마치고, 2030년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건설 비용과 기간에 대한 우려로 좌초했다.

EU, 러시아에 원전 기술 종속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원전업계가 원자로 건설과 원료 수급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원자력 발전소의 지배적인 국제 공급업체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우라늄 채굴, 변환, 연료 집합체 제조 등 연료 서비스 공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러시아의 VVER 가압 경수로(원자로 모델)의 우라늄 채굴, 변환, 연료 집합체 제조 등 연료 서비스 공급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중 유럽연합(EU)에 19기, 우크라이나에 15기의 원자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 국영에너지기업이자 세계최대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과 그 자회사인 TVELVVER 기술을 독점하면서 EU의 기술적 종속을 낳았다. 반대로 프랑스의 아라벨 터빈과 같은 부품 공급업체는 로사톰 외에 다른 해외 고객이 없다. 독일의 계측 및 제어 기술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럽연합에 대한 천연 우라늄 공급, 전환 및 농축 서비스 제공은 전쟁 이전인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모두 증가했다.

보고서는 “천연 우라늄, 전환 및 농축 서비스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거나, 의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게 되면 에너지 비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러시아 원자력 산업과 서방 원자력 산업 간의 긴밀한 상호 산업 및 시장 상호 의존성은 유럽이 원자력 부문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저하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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