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 6 February 2025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영국 정부가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속도를 내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승인하고 원전 건설 부지 제한을 철폐하는 등 인허가 규제를 완화했다.
영국 정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영국에서 가장 최근 완공된 원전 프로젝트가 1995년에 이뤄졌다면서 “더욱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영국은 뒤처져 있다”고 자평했다.
현재 영국엔 3.2GW 규모의 원전 ‘힝클리 포인트 C’ 단 한 개가 건설 중에 있다. 그러나 가디언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착공 승인을 받은 힝클리 원전은 인플레이션 등 비용 상승과 각종 규제로 인한 공사 지연으로 고전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이번 규제 개편이 “SMR이 영국 내 최초로 건설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지속가능성 매체 에디에 따르면 당국은 영국 내 SMR이 2030년대 초에 본격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부지를 기존 8곳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즈 전역으로 확대했다. 건설 인허가 절차 내 법적 기한도 제거해 프로젝트가 기한 초과로 무산되지 않도록 했다. 규제 개선을 주도하는 총리 산하 원자력 규제 태스크포스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에너지 안보가 오랫동안 푸틴(러시아)에 달려 있었고, 그에 따라 영국의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며 원전 건설을 지원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등 “이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지난 2023년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원전에 우호적인 21개국과 함께 205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서약에 참여한 국가이기도 하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원전 건설 부지 제한 규제 완화는 전 보수당 정권에서부터 시작됐다. 직전 리시 수낵 정부는 지난해 1월 영국의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24GW로 현재 수준의 4배로 확대하기 위한 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해 그린피스 영국 지부의 더그 파르(Doug Parr) 정책 담당 이사는 정부가 SMR의 비용과 건설 속도, 안전성 등에 대해 “일말의 비판적인 검토도, 증거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노동당 정부는 원자력 업계의 주장에 완전히 휘둘렸다”고 말했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MW급 이하인 소형 원전으로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하면 출력이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연료당 발전량이 적고, 소규모로 건설된다. 이에 따라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가동 시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발간된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NISR) 2024’에 따르면, SMR 프로젝트가 높은 비용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나 높은 관심도와 투자에 비해 실제 산업 현장의 진행 속도는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정권을 잡은 노동당 스타머 총리는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확대해 2030년까지 전력부문을 탈탄소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을 앞두고 영국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81% 감축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으며, 지난달 이를 유엔에 확정 제출했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은 발전 전력 중 역대 최초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화석연료를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37%, 화석연료가 35%로, 지난 2021년 화석연료 46%, 재생에너지 27%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원전은 2010년대 약 20% 수준에서 감소해 2020년대 들어 14 15%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9월 말엔 잉글랜드 중부 마지막 남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서 주요 7개국(G7) 중 최초의 ‘탈석탄 국가’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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